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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김산하 황인엽 명주대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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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려서부터 어른스럽고 속이 깊었다.
힘든 일에도 “자고 나면 괜찮아진다”며 혼자 삭이고, 참는 게 버릇이다.
마음 깊은 곳 숨겨둔 상처로, 가시 돋친 고슴도치 한 마리를 품고 자란지도 모르겠다.
산하가 여덟 살 때, 동생 소정이 죽었다.
남은 가족 세 명은 서울에 있는 모든 걸 버리고
새 출발을 하기 위해 해동으로 내려왔다.
하지만, 슬픔을 견디지 못한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며 떠났다.
그때, 산하에게 손을 내민 건 바로 아래층 사는 주원이었다.
맑고, 무해한 아이. 주원은 산하가 사랑받아도 될 가치가 있는 사람인 걸 가르쳐줬다.
산하에게 주원은 세상 전부다. 어른이 될 때까지 옆에 꼭 붙어있어야지 했는데,
자동차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엄마 정희를 차마 모른 척 못하고
열아홉에 해동을 떠나 서울로 갔다.
같은 한국 땅이니까 언제든 해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,
10년이 걸려서 다시 해동으로 돌아왔다.
이제 다시는 주원이를 떠나지 않을 마음으로.
그런데, 격하게 반겨줄 줄 알았던 주원의 반응이 건조하기 짝이 없다.
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게 안 하던 짓을 자꾸 하게 된다.
밥은 먹었나, 잠은 잘 잤나 하루에도 열두 번 연락하고 싶고.
해사하게 웃는 모습 한 번 더 보려 자꾸 가게 앞을 기웃거리게 된다.
윤주원, 어떻게 하면 나를 좋아해줄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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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권정희 김혜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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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하 엄마
진심으로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불쌍하다.
소정이 죽고 난 후로, 해동에 내려와 다시 잘 추스르고 산하의 엄마로, 대욱의 아내로 살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. 딸 소정이 죽을 때 소정과 단둘이 있었던 산하를 보는 게 지옥이었다. 그래서 결국 대욱과 이혼하고, 산하를 버리고, 서울로 혼자 떠난다.
집안 소개로 의사인 지금의 남편과 재혼해 딸 소희가 태어나고 키우면서 여유가 생기자 자신이 산하에게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.
이제 슬슬 산하를 용서해 줘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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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소희 김민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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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하 동생
정희가 재혼한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.
어린시절 오빠가 있다는 말에 마냥 신났다.
산하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론,
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정희와 산하 사이에서 중재하기 바쁘다.
그래도 이렇게라도 산하랑 함께 사는 게 좋으니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