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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윤정재 최원영 윤씨네 칼국수 사장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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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원의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,
아직 네 살인 주원을 데리고 주원의 엄마 고향인 해동으로 내려와
칼국수 가게를 차렸다.
그저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다.
맞선 한 번 보고 사라진 서현의 아들 해준도 눈에 밟혀
그 길로 데려와 10년을 제 아들처럼 키운 사람이다.
새벽엔 칼국수 반죽을 치고 집으로 돌아와 애들 밥 먹이고,
학교 보내고, 다시 가게로 돌아와 아침 장사를 시작한다.
애들이 배고프단 소리에 바로 엉덩이 들고 일어나
지지고 볶고, 끓이고. 성실하고, 깔끔하고, 매사에 진심이다.
온 식구가 자기가 차린 밥상에 둘러 앉아 맛있게 먹는 게 세상 제일 행복인 사람,
깊게 끓여낸 육수처럼 모든 게 진짜인 사람이다.
동네 사람들은 수군거린다,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.
다들 모르고 하는 소리다.
애들 키우면서 매일매일 사랑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지 깨닫는다.
핏줄,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.
아무것도 아닌데, 갑자기 찾아온 해준의 친부 동구 앞에서 왠지 주춤하게 된다.